목욕하는 사람
뼈가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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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그림 한 점이 있어요. 등을 돌린 여인은 따사로운 빛을 받아 온몸이 환하게 빛나고 있지요. 짙은 초록색 커튼 덕분에 여인의 하얀 피부도 더욱 선명하게 돋보여요. 게다가 비밀스럽게 등을 돌리고 있어 보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여인은 침대에 걸터앉아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한가지 힌트를 줄게요. 여인의 발치를 자세히 보세요. 수도꼭지에서 물이 졸졸 흘러내리고 있죠? 맞아요. 여인은 지금 목욕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프랑스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작품 <목욕하는 사람>이에요. 이 그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여인의 몸을 따라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이에요. 목에서 등, 허리,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선이 어찌나 매끄러운지 우리의 시선도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흘러내려 가게 된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여인의 몸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사람의 상체라고 하기에는 허리가 지나치게 길고, 둥근 곡선 때문에 마치 뼈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실제 사람의 등은 척추뼈가 단단하게 버티고 있어서 이렇게 매끄러운 곡선이 나오기 힘들거든요. 종아리도 마찬가지예요. 풍성한 상체와 달리 종아리는 굉장히 가늘고, 왼쪽과 오른쪽의 굵기도 살짝 달라요. 발바닥은 또 어떨까요? 침대에 걸터앉은 상태에서 발바닥이 정면으로 보이려면 굉장히 불편한 자세일 거예요. 여러분도 한번 따라 해 보세요. 아마 다리와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갈 거예요. 그래서 이 그림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해부학적으로 틀렸다!”, “뼈가 없는 사람 같다!”라며 안 좋은 평가를 보내기도 했어요. 앵그르가 사람 몸의 구조를 잘 몰랐던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앵그르는 누구보다 그림을 정확하게 잘 그리는 화가였어요. 다만 그는 사람 몸을 있는 그대로 베껴 그리는 것보다 눈으로 딱 보기에 가장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내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실제 비율과 조금 달라도 등을 더 길게 늘이고, 몸을 둥글고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랍니다. 그림을 조각조각 따져 보면 조금 이상해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그림 전체를 바라보면 아주 조화롭고 우아한 느낌이 전해질 거예요. 이것이 바로 앵그르가 노린 효과랍니다! 앵그르는 세상에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었던 화가였어요. 그 과감한 뚝심이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