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소년〉
뒤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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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의젓하게 자세를 취하고 있어요. 뽀얀 우윳빛 피부와 눈길을 사로잡는 새빨간 옷까지! 여느 개구쟁이 꼬마 아이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맞아요. 붉은 옷을 입은 아이는 스페인 알타미라 백작 가문의 막내아들 ‘마누엘’이랍니다. 백작 부부가 마지막으로 얻은 아들이니 얼마나 애지중지 귀하게 키웠을까요? 목에 둘린 실크 레이스와 허리띠, 리본 달린 구두를 보세요. 소년의 옷차림에는 귀족 가문의 고급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답니다.
마누엘은 동물을 무척 좋아했던 모양이에요. 소년의 주변이 온통 동물들로 가득하거든요. 오른쪽에는 새장 속 작은 새들이 보이네요. 튼튼한 새장 안에서 곱게 길러지는 새처럼, 아마 마누엘 역시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자랐을 거예요. 하지만 새장 속 새가 하늘을 날 수 없듯이, 마누엘 또한 자유롭게 뛰놀기는 어려웠을지 몰라요. 새하얀 얼굴과 단정한 자세를 보고 있으면 늘 조심하며 얌전하게 자라야 했던 아이처럼 느껴지거든요. 이제 소년의 손을 볼까요? 작고 귀여운 손으로 끈 하나를 꼭 붙잡고 있어요. 끈 끝에는 까치 한 마리가 묶여있지요. 까치의 부리를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비밀도 숨어 있어요. 작은 종이 한 장을 물고 있는데, 거기에는 이 그림을 그린 화가 ‘고야’의 이름이 적혀 있거든요. 화가가 장난스럽게 자신의 흔적을 남겨둔 거예요. 그런데 바로 뒤쪽을 보세요! 어둠 속에서 세 마리의 고양이가 번뜩이는 눈으로 까치를 노려보고 있어요. 소년이 잠깐이라도 한눈을 파는 순간 곧바로 달려들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마조마해져요. 까치의 운명이 소년의 여리디여린 손끝에 위태롭게 달려 있으니까요. 사실 이 소년의 삶도 까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무리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어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불행은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거짓말처럼 소년 마누엘은 이 그림이 그려지고 몇 년 뒤, 겨우 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누엘의 짧은 삶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요.
고야는 왜 마누엘의 초상화 속에 불안한 단서를 숨겨 놓았을까요? 마치 소년의 미래를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에요. 고야는 왕과 귀족들의 그림을 그리는 궁정화가로 활동했어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화려한 삶 뒤에 숨어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잘 알고 있었지요. 부유함도, 건강도, 권력도 영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는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인간의 위태로운 삶을 이 그림 속에 비밀스럽게 담아둔 거예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많은 것을 부러워하고 그것을 쫓으며 살아가요. 하지만 작품 <붉은 소년>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우리가 바라는 화려한 것들이 사실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신기루처럼 허무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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