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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영국 지폐에 새겨진 화가는?

〈난파선〉

​오디오 해설 듣기

00:00 / 03:12

영국의 20파운드 지폐에는 한 화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어요. 바로 영국의 국민 화가, ‘윌리엄 터너’랍니다. 영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를 꼽을 때면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이름이지요. 지폐에 실릴 만큼 큰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터너의 초기 대표작 <난파선>에서 함께 찾아볼게요.

터너가 그린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와 보세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들지 않나요? 수평선 너머의 하늘은 온통 비구름으로 까맣게 뒤덮여 있고, 사람들을 가득 태운 배는 거센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려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 아슬아슬해 보여요. 돛을 올리고 노를 힘껏 저어도 거대한 파도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자연 앞에서 인간은 그저 작고 연약한 존재일 뿐이니까요. 터너는 왜 이렇게 위험천만한 난파 장면을 그렸을까요?

영국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예요. 그렇기에 영국 사람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었고, 바다 위에는 늘 수많은 배가 오갔지요. 하지만 1800년대 초반에는 지금처럼 튼튼한 철제 배가 아니라 나무로 만든 돛단배였고, 엔진도 없이 오직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여야 했어요.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청도 없었기에 거친 풍랑을 만나거나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일도 많았지요. 당시 영국에서 해양 사고는 오늘날 자동차 사고만큼이나 흔하게 겪는 재난이었을 거예요. 터너는 바로 그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과 그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지요.

이 작품이 완성되자 한 수집가가 315파운드라는 거액을 주고 그림을 사 갔어요. 당시 평범한 노동자가 1년에 20~30파운드를 벌었다고 하니, 무려 10년 넘게 일해야 모을 수 있는 큰 금액이었죠. 그런데 그림을 사 간 수집가는 1년 만에 그림을 돌려보냈어요. 그리고 터너의 다른 그림과 맞바꾸었지요. 왜 그랬을까요?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수집가의 가까운 가족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그림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만큼 이 작품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강렬했다는 뜻이지요. 바다를 향한 터너의 집념은 <난파선> 이후로도 평생 이어졌어요. 더욱 생생한 바다를 그리기 위해 60세가 넘은 나이에 배의 돛대에 자신을 묶고 4시간 동안 폭풍우를 온몸으로 버텨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답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어요. “나는 폭풍우가 어떻게 보이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이런 폭풍우를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영국 사람들이 터너를 위대한 화가로 손꼽는 이유도 그림 속에 그의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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