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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위의 마하스〉

귀가 들리지 않자 보이기 시작한 것

〈발코니 위의 마하스〉

​오디오 해설 듣기

00:00 / 02:39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왕과 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최고의 궁정화가였어요. 그래서 젊은 시절의 고야 그림을 보면 화려하고 생기가 넘치지요. 그런데 고야가 40대에 접어들었을 때, 그의 인생을 크게 뒤흔드는 사건이 찾아와요. 큰 병을 앓은 뒤 청력을 거의 잃게 된 거예요. 갑자기 세상의 소리가 사라져 버렸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두려웠을까요? 하지만 고야는 귀가 들리지 않는 대신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깊이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불안과 두려움을 더 선명하게 보게 된 거예요. 그 뒤부터 고야의 그림은 점점 어둡고 의미심장하게 변해 갔답니다. 그 변화가 두드러지는 작품이 바로 <발코니 위의 마하스>예요. 그림을 보면 두 여인이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머리 장식을 한 채 발코니에 나란히 앉아 있어요. 제목 속 ‘마하스’도 스페인어로 ‘아름다운 여인들’을 뜻한답니다. 발코니는 집 안에서 바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무대 같은 공간이에요. 그림 속 여인들도 발코니에 나와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지요. 언뜻 보면 평화롭고 여유로운 일상처럼 보여요. 그런데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이상하고 서늘한 기분이 들기 시작해요. 왜 그럴까요? 여인들 바로 뒤 어둠 속을 보세요. 온몸에 시커먼 망토를 휘감고, 모자를 눈앞까지 푹 눌러쓴 정체 모를 두 사람이 그림자처럼 서 있어요.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표정조차 알 수 없지요. 마치 두 여인을 조용히 감시하는 사람들처럼 보여요. 사실 이 수상한 배경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스페인은 아주 불안한 시대였어요. 프랑스와의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나라 전체를 뒤덮고 있었거든요. 발코니에 나온 화사한 여인들도 결국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고야는 아무리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이라도 사람들 마음속에는 늘 크고 작은 불안이 숨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고야는 누구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화가였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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