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우르비노의 비너스〉

비너스의 이름 뒤에 숨은 비밀

​오디오 해설 듣기

00:00 / 02:48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을 거닐다 보면,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에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작품이 있어요. 바로 티치아노가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예요. 보통 ‘비너스’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신비로운 숲속이나 반짝이는 바다 거품 사이에서 등장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그림 속 비너스는 조금 달라요. 여인이 누워 있는 곳은 그저 포근하고 아늑해 보이는 침실이거든요. 게다가 비너스 곁을 날아다니는 아기 천사 큐피드도 보이지 않아요. 대신 배경에는 하인들이 바쁘게 옷을 꺼내는 일상적인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화려한 미의 여신이 왜 이런 평범한 방 안에 있는 걸까요? 사실 이 당시에는 여성의 벗은 몸을 그리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화가들은 사람 대신 신화 속 여신을 그렸어요. 신화 속 존재는 비교적 자유롭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었죠. 이 작품도 '비너스'라는 이름만 빌려와서 어느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것이에요.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여인의 눈빛이에요. 당시 벗은 몸을 한 여인들은 대부분 부끄러운 듯 눈을 감거나 시선을 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 그림 속 여인은 아주 당당하고 요염한 눈빛으로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지요. 마치 "내 방에 온 걸 환영해,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보렴!" 하고 말을 거는 것 같지 않나요? 이 당당한 눈빛과 자세는 다른 화가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그리고 무려 300년이 지난 뒤에도 고야나 앵그르, 마네 같은 유명한 화가들이 이 그림을 토대로 새로운 작품을 그려냈지요. 오늘날 가수들이 인기 있는 노래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다시 부르는 '리메이크'나, 유명한 춤을 따라 추는 '챌린지'와 비슷해요. 옛날 화가들도 멋진 그림을 보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려보곤 했거든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가 있어요. 두 그림을 비교해 보면 아주 재미있는 차이점이 있는데요, <우르비노의 비너스>에는 믿음과 신뢰를 상징하는 귀여운 강아지가 있지만, 마네의 <올랭피아>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검은 고양이가 그려져 있답니다. 이렇게 티치아노의 그림은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 한 점이 아니에요.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화가에게 아이디어를 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랍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