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오르낭의 매장〉

무덤의 주인은?

〈오르낭의 매장〉

​오디오 해설 듣기

00:00 / 02:41

미술관 벽을 꽉 채운 엄청나게 거대한 그림이 있어요. 가로 길이가 무려 6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이지요. 당시에는 이렇게 큰 캔버스에 왕의 위대한 업적이나 신화 속 영웅을 그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어요. 그런데 그림 속 사람들을 보세요. 화려한 영웅은커녕 온통 검은 옷을 입고 묵묵하게 장례식에 참여하고 있는 시골 마을 주민들뿐이에요. 이 그림은 화가 ‘구스타프 쿠르베’가 자신의 고향인 오르낭 마을에서 치러진 평범한 장례식을 그린 <오르낭의 매장>이라는 작품이에요. 발밑에 깊게 파인 무덤은 쿠르베의 실제 친척의 무덤이지요. 어떤 꾸밈도 없이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그림이에요. 당시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어요. "추하고 천박하다!", "이건 예술이 아니다!"라며 비난을 쏟아냈어요. 관객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시골 사람들의 장례식을 왜 이렇게 크게 봐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답니다. 왕이나 영웅이 그려져야 할 거대한 캔버스에 감히 이름 모를 농부와 노동자들을 채워 넣었으니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도전장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그렇다면 쿠르베는 왜 평범한 사람들을 이토록 거대한 캔버스에 담아냈을까요? 사실 이 시기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이후였어요. 왕과 귀족의 힘은 약해지고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왕과 귀족만이 세상을 움직이던 시대가 저물고 평범한 시민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찾아온 거예요. 이처럼 쿠르베는 평범한 사람들의 존재를 당당하게 그려내면서 달라진 사회 모습을 발맞추어 보여주었답니다. 어느 날 누군가 쿠르베에게 천사를 그려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다. 나에게 천사를 직접 보여준다면 그리겠다!" 쿠르베는 신화 속에 존재하는 천사보다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쿠르베는 이 거대한 그림을 통해 평범한 우리의 삶이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지 알려주고 있답니다. 그림 속 텅 빈 무덤을 다시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이 무덤의 진짜 주인은 어쩌면 우리가 깊이 묻어버려야 할 ‘오래된 차별과 낡은 관습’인지 몰라요.

그림 설명란 테스트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