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할레오〉
무언가에 푹 빠져본 적이 있나요?

화가명: 존 싱어 사전트
작품명: 엘 할레오
제작 연도: 1882년
크기: 348 x 232cm
소장처: 미국,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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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무대 위에서 한 여인이 강렬한 춤을 추고 있어요. 기타 연주 선율과 쿵쿵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지요. 이 작품은 마치 공연장 맨 앞줄에 앉은 관객이 된 것처럼 감상해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미국 화가 ‘존 싱어 사전트’는 스페인을 여행하던 중, ‘플라멩코’ 공연에 깊이 빠져들었어요. 플라멩코는 스페인 전통춤으로 발을 힘차게 구르고 치맛자락을 휘날리면서 기쁨과 슬픔, 열정 같은 가슴속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춤이에요. 사전트는 이 뜨거운 공연장의 열기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캔버스에 담아냈어요. 바로 작품 <엘 할레오>랍니다.
‘엘 할레오’는 스페인말로 무대를 더욱 뜨겁게 달구기 위해 사람들이 환호하며 외치는 추임새를 뜻해요. 관객들의 환호로 공연장이 들썩이는 순간을 제목에 그대로 담은 것이지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실제 공연장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바로 화가가 그림 곳곳에 숨겨놓은 특별한 무대 장치 덕분이랍니다.
첫 번째는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빛’이에요. 무대를 잘 보면, 조명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비추고 있어요. 마치 어두운 밤에 플래시를 턱 밑에 대고 으스스한 장난을 칠 때와 비슷하지요. 덕분에 여인의 얼굴과 드레스는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무대 뒤쪽은 어둡게 가려져 있어요. 이 독특한 조명 효과가 눈앞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준답니다.
두 번째는 ‘강한 움직임’이에요. 여인의 몸은 뒤로 크게 젖혀져 있고, 치맛자락은 넓게 퍼져 있어요. 빠르고 격렬하게 춤을 추는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지요. 사전트는 힘 있는 붓질로 여인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흔들리는 느낌까지 고스란히 표현했어요.
세 번째는 ‘배경 속 사람들’이에요. 뒤쪽에 앉아 있는 악사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차분한 배경 덕분에 앞에서 춤추는 여인이 더욱 돋보이지요. 우리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무대 위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된답니다.
마지막으로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예요. 하얀 벽에 크게 비친 그림자를 보세요. 실제 인물보다 훨씬 크게 보이는 그림자 덕분에 공연장이 더 넓고 웅장하게 느껴져요.
빛과 그림자 그리고 무대 조명까지, 화가가 꼼꼼하게 설치한 무대 장치들이 어우러져 우리는 어느새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연장의 관객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답니다! 사실 사전트는 평소 아주 차분하고 우아한 초상화만 주로 그리던 화가였어요. 하지만 플라멩코 공연에 매료되는 순간,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강렬한 에너지를 담은 작품을 그려냈지요. 무대 위에서 음악에 온몸을 맡긴 댄서도, 그 춤에 매료되어 과감한 그림을 그려낸 화가도, 모두 자신을 잊을 만큼 뜨겁게 빠져들어 있었던 거예요. 여러분도 마음을 통째로 빼앗길 만큼 무언가에 깊이 빠져든 경험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