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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천사일까요, 악마일까요?

〈자화상〉

​오디오 해설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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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천사일까요, 아니면 악마일까요? 그림을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게 돼요. 머리에는 천사의 빛을 쓰고 있으면서 손에는 뱀을 쥐고 있으니까요. 사실 그림 속 주인공은 프랑스 화가 '폴 고갱' 자신이랍니다. 왜 이런 모습으로 자신을 그렸을까요? 고갱은 원래 돈을 아주 잘 벌던 증권회사 직원이었어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화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결국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고 뒤늦게 화가의 길을 선택했지요. 하지만 화가의 삶은 쉽지 않았어요. 매달 들어오던 수입이 사라지면서 모아둔 돈은 점점 줄어들었고, 미술계도 고갱의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그림을 쉽게 인정해 주지 않았지요. 그런 고갱의 복잡한 속마음이 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빨간색 바탕에는 사과가, 노란색 바탕에는 뱀이 보여요. 사과와 뱀을 보니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나요? 바로 성경 속 아담과 하와 이야기예요. 뱀은 하와를 유혹해 하느님이 금지한 사과를 먹게 했고, 결국 두 사람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지요. 그래서 사과와 뱀은 '유혹'을 상징해요. 그런데 고갱은 그런 사과를 전혀 쳐다보지 않아요. 아래로 지그시 내리깔린 눈매와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서는 그의 강한 자신감이 느껴지지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화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다짐이 머리 위 후광처럼 빛나는 것 같아요. 반면 손가락 사이에 뱀이 끼워진 모습은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속으로는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그림은 천사도 악마도 아니에요.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면서 때로는 현실 앞에서 두려워하는 두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은 고갱의 얼굴이지요. 고갱은 그런 마음을 숨기지 않고 그림 속에 솔직하게 담아냈어요. 그리고 사람들의 차가운 평가 속에서도 끝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자신만의 자유로운 그림을 그려나갔답니다. 그래서 고갱의 그림은 오늘날 보아도 여전히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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