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와 비둘기〉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화가명: 호아킨 소로야
작품명: 노예와 비둘기
제작 연도: 1883년
크기: 148 x 86.5cm
소장처: 스페인, 소로야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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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방 안에 한 소녀가 조용히 앉아 있어요. 창문도 보이지 않는 좁은 방 안에서 소녀는 무릎 위에 올려진 하얀 비둘기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요.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노예와 비둘기〉예요.
그림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어요. 방 안은 캄캄한데, 유독 소녀의 몸만 무대 조명을 받은 것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거든요. 화가는 빛을 이용해 우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녀에게 머물도록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소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지요. 소녀는 지금 어떤 감정일까요? 은은하게 미소를 짓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번에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려 볼까요? 소녀의 발밑에는 분홍빛 장미와 흩어진 꽃잎들이 놓여 있어요. 아직은 화사한 빛깔을 자랑하며 아름답게 피어 있지만, 줄기가 잘린 꽃은 오래 살 수 없어요. 어쩌면 바닥에 놓인 꽃들은 자유를 빼앗긴 채 서서히 시들어가는 소녀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여주는 슬픈 신호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녀의 무릎에 앉아 있는 하얀 비둘기예요. 화가는 왜 소녀 곁에 비둘기를 그려 넣었을까요? 비둘기는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새예요.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는 비둘기와, 마음대로 방을 나설 수 없는 소녀는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화가는 너무나 다른 두 존재를 나란히 그려 소녀가 얼마나 자유를 간절히 꿈꾸고 있는지를 전하고 있답니다. 소녀는 그런 비둘기를 붙잡으려 하지 않아요. 그저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을 뿐이에요.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수 있는 비둘기를 바라보며 소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가 별똥별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것처럼, 소녀도 하얀 비둘기에 자유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