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산책〉
하얀색에 숨겨진 무지개

화가명: 호아킨 소로야
작품명: 해변 산책
제작 연도: 1909년
크기: 205 x 200cm
소장처: 스페인, 소로야 미술관
오디오 해설 듣기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무더운 여름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거닐어본 적이 있나요? 반짝이는 모래알과 청량한 여름 바다는 우리에게 늘 좋은 추억을 남기지요.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도 누구보다 바다를 사랑한 화가였어요. 그는 도시에 살았지만, 매년 여름이면 바닷가로 가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해변을 걷고 있는 두 여인은 소로야의 아내와 딸이에요. 투명한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앞서 걸어가는 여인이 큰딸 '마리아'이고, 그 뒤로 걸어가는 여인은 아내 '클로틸데'이지요. 커다란 챙모자와 양산까지 들고 있는 걸 보니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날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모자에 가려져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앞서가는 딸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소로야는 겨우 두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는 아픔을 겪었어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그에게 자신이 꾸린 가정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을 거예요. 그래서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한 순간을 그림 속에 자주 남겼답니다.
소로야가 특히 정성을 들여 그린 부분은 바로 아내와 딸의 흰 드레스예요. 햇살을 받아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드레스는 언뜻 보면 단순하게 하얀 물감으로 칠해진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색이 숨어 있답니다. 햇살이 강하게 비치는 어깨 위에는 ‘노란빛’이 감돌고, 접힌 옷자락 그늘에는 ‘연보라’와 ‘분홍빛’이 섞여 있지요. 파도와 맞닿은 옷자락은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어요. 미처 몰랐던 다채로운 색들이 한 올, 한 올 숨겨져 있었던 거예요.
소로야가 ‘빛의 화가’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색을 생생하게 포착했기 때문이에요. 이 오색 드레스에도 아내와 딸을 가장 아름답게 그려내고 싶은 화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소로야는 단순히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그린 화가가 아니에요. 눈부신 빛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을 그림 속에 영원히 간직해 두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