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
여자는 화가가 될 수 없었다고?

화가명: 베르트 모리조
작품명: 요람
제작 연도: 1872
크기: 460 x 560cm
소장처: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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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갓난아기를 막 재우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깊은 사랑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 작품은 프랑스 여성 화가 ‘베르트 모리조’가 그린 <요람>이에요. 모리조는 결혼해서 아기를 키우고 있던 자신의 언니를 그림 속에 담았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고 “역시 여성 화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군”, “남성 화가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모성애를 잘 표현했어”라며 좋은 평가를 보냈어요. 요람을 덮은 반투명한 베일 너머로 아기는 편안히 누워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어요. 은은한 베일 덕분에 그림 전체가 조용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지요. 아기를 지그시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에서도 사랑과 따스함이 가득 전해져요. 그런데 이 작품이 꼭 어머니의 따뜻한 모성애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사실 그림 속 주인공인 모리조의 언니는 미술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받았을 정도로 그림 실력이 아주 뛰어났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여자가 화가가 되어 활동하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여자는 결혼하면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살림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거든요.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언니도 결혼한 후에는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아기를 돌보며 어머니로서의 역할만 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 그림 속에는 결혼 이후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언니의 복잡한 마음과 희생이 함께 담겨 있는 거예요.
이야기를 듣고 다시 그림을 보면, 엄마가 된 언니와 아기의 모습에서 흥미로운 차이가 느껴져요. 사랑을 듬뿍 받으며 편안하게 잠든 아기는 환하고 밝은 흰색으로 그려진 반면, 아기를 바라보는 언니는 어두운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서 선명하게 대비가 되지요. 꿈을 포기해야 했던 언니의 쓸쓸한 마음이 옷 색깔에서도 묻어나는 것 같지 않나요? 이처럼 150년 전 프랑스에서는 여자가 화가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어요. 그저 취미생활 정도로만 허락되었지요. 하지만 베르트 모리조는 달랐어요. 그녀는 결혼하더라도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는 조건을 당당하게 걸었답니다. 남편 역시 모리조의 꿈을 인정하며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지해 주었고, 육아도 적극적으로 함께했어요. 또한 당시 여자들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으로 이름을 바꿔야 했지만, 모리조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쓰며 화가로 활동했어요. 차별과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나갔던 베르트 모리조. 여자도 얼마든지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 용기 있는 화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