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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기술〉

히틀러마저 탐낸 그림

​오디오 해설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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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커튼이 젖혀진 틈 사이로 누군가의 작업실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방 안에 감도는 고요한 공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바라보게 되지요. 이 비밀스러운 작업실의 주인이자, 등을 돌리고 캔버스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예요. 베르메르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화가였지만, 평생 빚과 가난에 시달려야 했어요. 먹여 살려야 할 자식이 무려 11명이나 되었으니 늘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그는 엄청난 완벽주의자였어요. 한 점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1년에 겨우 두세 점밖에 그리지 못했지요. 나중에는 나라에 큰 전쟁까지 일어나면서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어요. 그런데 이런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베르메르가 죽을 때까지 팔지 않고 평생 곁에 둔 그림이 있어요. 바로 지금 보고 있는 작품, <회화의 기술>이랍니다. 베르메르는 왜 이 그림을 그토록 소중하게 간직했을까요? 자신의 꿈과 자부심을 가득 담아 그렸기 때문이에요. 그림 속 파란 옷을 입은 여인을 볼까요? 머리에는 월계관을 쓰고 있고, 손에는 트럼펫과 두꺼운 책을 들고 있어요. 이 여인은 역사의 여신 ‘클리오’예요. 왜 수많은 신 중에서 역사의 여신을 그렸을까요? 작품을 남긴다는 건 곧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베르메르는 현재의 삶이 당장은 힘들어도 자신이 남긴 작품이 먼 훗날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을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베르메르가 소중히 여겼던 이 그림이 수백 년 뒤, 아주 엉뚱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돼요. 바로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남긴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예요. 히틀러는 전쟁을 벌이는 동안 유럽 곳곳에서 예술작품을 약탈했고, 그것들로 거대한 미술관을 세울 계획이었어요. 심지어 그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자 표지에 〈회화의 기술〉이 실릴 정도로 베르메르의 작품을 각별히 아꼈죠. 가난한 화가가 끝까지 지켜낸 그림이 한때 독재자의 손에 들어갔었다니, 참 얄궂은 운명이죠?

그림 설명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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