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녀들〉

도대체 그림 속 주인공은 누구?

​오디오 해설 듣기

00:00 / 03:08

스페인 왕실의 화려한 궁전 안으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이 방 안에는 무려 11명의 사람과 커다란 개까지 북적북적 모여 있어요. 그림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아마 가운데서 환한 빛을 받으며 서 있는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일 거예요. 양옆 시녀들의 시선과 몸 방향이 모두 공주를 향하고 있고,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마저 공주의 얼굴과 드레스를 밝게 비추고 있거든요. 마치 무대 위 주인공에게 조명이 켜진 것처럼요. 누가 보아도 어린 공주가 그림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지요.

그런데 왼쪽을 보면 커다란 캔버스 앞에 붓을 든 남자가 보여요. 바로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예요. 스페인 왕실 인물들 사이에 자기 모습을 이렇게나 크고 당당하게 그려 넣다니 배짱이 대단하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작품을 ‘벨라스케스의 자화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그렇다면 그림의 진짜 주인공은 화가 자신일까요?

하지만 뜻밖에도 작품의 제목은 <시녀들>이에요. 공주를 알뜰살뜰 돌보는 시녀들이 작품의 제목이 된 거예요. 그런데 ‘시녀’라고 하니까 방 청소나 빨래하는 하녀가 떠오르나요? 사실 왕실의 시녀는 달랐어요. 귀족 가문의 딸들이 맡는 중요한 자리였거든요. 공주의 옷 입는 것을 돕고, 말벗이 되어 주는 등 공주의 비서이자 친구 같은 역할을 했어요. 그림 속에서도 시녀들은 공주를 정성껏 돌보고 있어요. 한 시녀는 공주에게 마실 것을 건네고, 다른 한 시녀는 예의를 갖춰 몸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오른쪽에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키가 작은 난쟁이 시녀도 보여요. 그녀는 공주 곁에서 재롱을 부리며 웃음을 주는 역할을 했답니다. 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더욱 눈에 띄지요. 이렇게 공주 곁을 지키는 시녀들의 모습이 중요하게 그려졌으니 어쩌면 이들이 그림의 주인공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이번엔 벽에 걸린 작은 거울을 봐주세요. 거울 속에 스페인 국왕 부부가 희미하게 비치고 있어요. 아하! 사실 이 장면은 화가 벨라스케스가 국왕 부부를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던 순간이었던 거예요. 그렇다면 이 그림의 진짜 주인공은 거울 속 국왕 부부인 걸까요?.

그런데 여러분, 혹시 눈치채셨나요? 왕 부부가 서 있는 자리와 지금 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여러분의 위치가 정확히 똑같다는 사실을요! 그림 속 인물들과 눈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내가 스페인 왕실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어쩌면 이 그림의 진짜 주인공은 왕의 자리에 서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바로 여러분 아닐까요?

그림 설명란 입니다.

< 이전
다음 >
bottom of page